2005 CEO Letter : The Good Samaritan Clause ◆ 여준영 PCG 가족 여러분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아래 제 마음을 담아 여러분께 보내는 편지로 새해인사를 갈음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준 수인 (김태희)이 살아난 사람의 고소로 위험에 빠졌다가 현우(김래원)의 변호로 기사회생 한다.” 얼마전에 본 TV 드라마 “러브스토리인 하버드”에 나오는 설정인데 태희를 변호할 논리를 찾느라 고생하는 래원을 보고 어느 기자가 “하버드 법대생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칙]도 몰라서 헤맸다는 게 말이 되냐” 고 비꼬았더군요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 The Good Samaritan Clause 성경에서 유래했습니다. 요지는 ‘강도를 만나 죽어가는 사람을 제사장과 레위인이 못 본 척 하고 지나쳤는데 오히려 천한 사마리아인이 구해주었다’ 는 것이고 그 이야기에서 비롯된 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란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지 않은 자를 처벌하고, 선의로 구조를 이행한 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법’ 을 말합니다. 즉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하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뜻이고 선한 의도로 일을 하다가 그르쳤을 때는 그 책임을 묻지 않는 다는거죠. 쉽게 예를들면 길거리에 술 취해 쓰러져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냥 지나가면 유죄고 술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을 업어주려다가 떨어뜨려 발목을 부러뜨리면 무죄 라는, 나름 논란이 있는 법입니다. 프랑스,독일, 포르투갈, 스위스, 네덜란드 는 물론 사회주의 국가였던 러시아 루마니아 등 많은 나라들이 이 선한사마리아인 조항을 채택했고, 연방차원의 법은 없지만 미국에도 이 법을 채택하는 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답니다.
언제부터인가 PR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PCG, 특히 프레인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성공을 가장 옆에서 지켜봐 온 제가 좀처럼 그 답을 못하다가 새해벽두에 비결 몇 개 생각해냈습니다. 그 중 비교적 신빙성 있는 비결이 “ 선한 사마리아인 법칙”과 유관합니다. 창업 이후 미디어와 주변인들로부터 “프레인 사람들은 참 매력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것이 회사가 잘 된 이유였습니다. 흔히들 추측하는 특별한 전략이나 탁월한 경영수완 따윈 없었습니다. 그저 하지 않아도 되는 선한 일들을 한 직원들이 회사의 모든 활동을 다 쉽게 만들어줬습니다. 최근에도 전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저는 HP에 아주 중요한 제안 작업을 했는데 그 일과 무관한 직원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아이디어를 제공해줬고 그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HP측이 다각도로 진행한 레퍼런스 체크에서 우리회사 직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던데 그건 제가 수주하는데 아주 결정적인 요인이었을 겁니다. 하루하루를 좋은 평판을 유지하며 살아준 몇몇 직원들 덕입니다.덕분에 수주를 했고 한 사람 한 사람 그저 선한 의무를 다하며 산 결과가, 제가 하루 이틀밤 고민해 내놓은 전략보다 훨씬 더 유효했다고 믿습니다. 여러분, PCG의 직원으로서 선한 사마리아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뜻할까요 과연 어떤일이 ’나한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선의로 회사를 돕는 일‘들 이며 또 어떤일이 ’선하지 않으면 벌을 받아야 할 일‘일까요. 작게는 빈 옆자리에서 울리는 전화를 친절하게 당겨 받는일,회사를 방문한 외부인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일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회의실 신문을 정리하는 일 우리회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회사의 좋은 면이 있다면 자부심 있게 이야기 해주는 긍정적인 습관부터 좀 크게는 회사의 자산 과 고객의 자산을 자신의 자산과 다름없이 생각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업무상 습득한 정보와 노하우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후배와 동료에게 전파하며 서로 도우려 노력하고, 나아가 회사의 발전과 고객의 발전을 개인의 성장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 등이 회사입장에선 선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고객사의 일을 AE로서 잘 수행해내는것도 아주 어렵고 힘들고 소중한 일이지만 저 예루살렘 들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그냥 가던 길을 걸어가는 제사장과 레위인도 나름 했던 일이리라 생각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 이상의 선함입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그 기여도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신이 아니고선 칭찬하기 힘든 대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적이 중요한 기업에서 선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량화 하기도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프레인은 다른기업은 하지 못한일 –선한 조직원들이 대우받는 풍토 조성 – 을 나름대로 해왔고 그것이 다른 PR회사들이 도달하지 못한 지점에 빨리 도착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들보다 특별히 일 잘하고 탁월한 인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남보다 성장한 힘은 바로 그 ‘선함’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는 개인적으로 PCG HQ 라는 4명짜리 조직에서 또 그런 선한 이들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바를 비교적 쉽게 이뤄 가고 있습니다. 몰랐는데 경영이란 활동은 본래 철학을 잉태시켜주는 활동인가 봅니다. 작은 회사이지만, 그리고 어린 사장이지만 제게도 그런 철학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고 있고, 2005년 제 첫 다짐은 선한 사마리아인을 알아보고 고마워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경영자게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 의지는 2005년 이 회사의 인재상, 인사관에도 분명히 작용하게 될 것 입니다. 회사 인재상의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이셔도 좋습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제사장 보다, 선택받은 레위인 보다 선한 사마리아인을 눈여겨 보고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한국법체계에는 여태 제가 말한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이 없습니다. 6·25 피란 중 형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랬겠지요. 우리회사는 전쟁통 나라보다 풍요로운 편이니 선한 사마리아인 법칙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혹시 말이죠. 정말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원하는 만큼의 회사의 평가와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있어 불만이거나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직원보다 평가절하 된것 같아 의아하다면 자신이 혹시 제사장이나 레위지파처럼 이른바 구조 불이행 (Failure – to Rescue) 을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틀림없이 그런이유로 이회사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성공하지 못할겁니다. ’선한사마리아 조항‘은 권장이 아니라 법이며 그러한 법 하에서는 나쁜일을 하는 사람은 물론 하면 좋은일을 하지 않는 사람까지 유죄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조금 부족하고 실수를 하고 실력이 모자라도 선한마음으로 기여하는 분들은 올 한해 큰 성취을 맛볼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지식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우리회사의 성패가 고작 선함에 의해 갈라진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는걸까요 ? 실력있는 자보다 선한 자를 우대한다는 것이 정말 회사에 적절한 정책일까요.? 혹시라도 2005년 사장의 첫 편지가 최고의 전략적인 회사 에 걸맞지 않는 나이브한 메시지라고 생각되실까봐 금주부터 몇주간의 사내 교육 시간을 빌어 [선한 사마리아인]의 힘이 어떻게 회사에 작용하고 기여하는지를 여러분께 이론적으로 증명해 보여드릴까 합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2005년 선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입니다. PCG 직원 모두가 운동장 구석에 혼자 틀어져 있는 수도꼭지를 잠그러 뛰어가는 착한 초등학생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의 선함으로만 회사에 기여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머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직원들의 선의에만 의지하기 힘든 여러 난관들은 제가 전부 감내하겠습니다.
2005년 조금 늦은 새해 인사 였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을유년(乙酉年) 아침 여준영 드림.